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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1. 2022.03.10 가끔 느껴지는 부끄러움.
2022. 3. 10. 06:03

나만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, 다른 사람들도 종종 느끼고 드는 감정과 생각인가? 하고 궁금하긴 하다. 

 

그게 내가 될 때도 있고, 다른 사람일 때도 나는 종종 드는 생각이라고 해야 하나 감정이라고 해야 하나 잘은 모르겠다.

혼나거나, 싸우거나, 주눅이 들거나 하는 그런 상황일 때, 누군가 그런 상황에 처한 걸 보고 있을 때 느껴지는데,

그 상황에 처한 당사자가 입고 있는 옷, 헤어 스타일, 장신구, 쥐고 있는 물건같은 그 사람이 얼마나 꾸몄냐는 건 관계없이 그런 모든 것이 좀 부끄럽다는 느낌이 든다. 

 

이걸 부끄럽다고 해야하나 민망하다고 해야 하나 잘 모르겠다.

가령 누군가가 다른 사람한테 꾸중을 듣고 있거나 혼날 때 그 사람이 꾸민 옷이나 장신구 같은 그 눈에 보이는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고,

그렇게 꾸민 모습이나 물건이 보기에 되게 부끄럽고 민망해지는 느낌이라고 해야하나.. 

 

그런 감정을 되게 어렸을 때부터 느끼면서 자랐다,

내가 제일 처음 그걸 느꼈던 건 어머니가 진천에서 작은 옷가게를 하실 때였는데, 옷가게 제일 안쪽에 카운터가 있고 그 뒤로 작은 방이 딸린 곳이었다. 

나는 그 방에서 티비에 연결해서 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고, 그 방 밖에서 내 또래쯤 되는 어린 아이랑 그 아이의 엄마가 장난감인지 뭔지 기억도 안나는 물건을 가지고 가져가네 마네 하는 실랑이를 하고 있던 걸로 기억한다. 

 

우리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었는지, 그 아이가 내 친구여서 내 물건을 빌려가서 놀고 싶다는 건지 기억도 안나지만, 나는 애써 무시하고 혼자 놀고 있었고,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그 물건이 방 안으로 던져졌다. 아마도 그 친구 어머니가 안된다고 하고 던져 넣은 거겠지.

그때가 내가 그 느낌을 받았던 첫 기억인 것 같다. 상당히 강렬했는지 아직도 좀 생생하게 기억하는 걸 보면.

 

그게 '툭' 하고 방 안으로 던져졌을 때, 그 아이가 칭얼거리던 그 소리를 들으면서 느껴졌는데,

저게 뭐가 그리 소중하고 갖고싶을까, 저게 뭐라고 저렇게 생떼를 쓰는 건가, 별 의미도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아이의 아쉬움에 하는 칭얼거림이 되게 듣기 민망해졌었다.

정말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물건일 뿐이고, 당장에 갖고싶어서 떼를 쓰는 그 상황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닐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. 그렇다고 내가 가서 나 괜찮다고 가져가라고 하기에는 그 혼내는 분위기가 그러질 못하게 만들었고, 나는 그냥 조용히 집중도 안 되는 게임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. 

 

지금도 종종 그런 상황이면 느껴지고는 한다. 

얼마전 일 하기 싫어하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자기 발로 나갔던 직원이 꾸중을 들을 때도 그랬고, 

종종 떼쓰는 아이들이 부모에게 혼나면서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을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라던가, 

길거리에서 싸우는 커플들을 볼 때도 그렇다. 

그냥 그 상황 자체가 만드는 민망함이나 중간에 생기는 짧은 정적같은 게 견디기 어렵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. 

또 잠깐 있으면 금방 사라지는 느낌이기는 하지만 요즘 들어 그런 상황을 자주 보게 되어 그런지 혼자 생각해보게 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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Posted by 정인.